나만 아는 감정

공허

나는 이걸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까먹는다.

이런 감정을 나 이외의 사람이 공감해 준다는 것을 바란다는것은

잘못된거라는걸.

감정은 같지 않다.

같은 일을 겪었던 사람의 공감은 그저 공감일뿐.

내 감정 그대로를 알아 주기를 원했다니

서른이 되어도 똑같구나 너.

친구 P가 내가 공허하다고 그러면서 속내를 털어 놓았더니

그랬다.

"그건 당연한 거야. 니가 무슨 결벽증이냐? 그런것 하나하나에 상처 받게?

 물론 그 엄마가 잘했다는건 아니야.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니가 원하는 것을 해줄수는 없어.

 사람들은 전부 다 다르니까. 너는 네 자신이 생각하는게 옳다고 생각하지?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수 있잖아.
 
 타인의 생각이 너와 같지 않다는걸 니가 받아 들이지 않으면

 니 말대로 이 일을 하지 않는게 좋을지도 모르지.

 왜냐하면 이 일은 계속 일어날테니까.

 혹시 변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니가 
 
 그만 두어 버리면 영영 확인할수 없겠지."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그게 아니라고, 변명하고 변명했지만

  실은 알고 있었다.

친구의 말이 사실이라는걸.

짜증 나게도 이 친구는 저 멀리 어른의 경계에 도달했구나 싶었다.

"너 짜증나! 언제 그렇게 어른스러워 졌냐!"라고 하고 싶었지만

패배를 인정하는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말하지 못했다.

크.. 그래도 언젠가는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야지.

공허

내가 맡은 아이들은 현재 8명

2월달에 졸업하고 3월달 부터는 원을 옮긴다.

우리반 아이들 대부분이 졸업을 하고

3월에는 원을 옮기게 된다.

내가 맡은기간은 총 2년.

그 아이들이 우리 어린이집에 다닌지는

평균 4년.

100일이 될때부터 다니기 시작해서 올해 7살이 된

아이들도 많은 편이다.

나는 영아들보다는 큰 아이들이 잘 맞아서

보육교사 초임이후로는 늘 원에서 가장 높은 연령대의

아이들을 맡아 왔다.

원에서 가장 연령이 높다보니 매년 우리반 아이들만

졸업을 시켰었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해도,

2년을 정들었던 아이들을 졸업시킨다는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그래도 맡고 있는 동안 최선을 다했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위해서

노력했었다.

그랬었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그러지 않겠지 설마 했던 일들이

또 벌어졌다.

전화로 "선생님 저 다음달부터 OO이 다른곳으로 옮기려고 해요.

이제 학교갈 준비때문에 미리 적응해야 할것 같아요"

알림장을 통해 "선생님 1월달 까지만 다닐께요. 2월달은 쉬고 3월달에 다른곳 보내려고요"

라는 말들.

물론 결정을 하는건 부모님들 이라는것.

새로운 곳 적응에 대한 고민들을 이해못해 충격을 받은건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2년동안 아이를 맡았던 나에게도 마지막을 준비할 시간을

주었으면.

아이를 관찰했던 교사로서 의견을 물어주기라도 했다면.

적어도 전화나 종이가 아닌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해주셨더라면

매년 이렇게 이시기에

공허함을 느끼지 않을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짜피 옮기는거 한달먼저 갈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실수 있다.

그렇지만 교사는

그 한마디 말에 "내가 뭘 잘못했나?" "뭔가 교사로서 부족한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만두지 않는이상 오늘도 내일도 내일모레도 계속

이 일을 해나가야 하니까 말이다.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감사했어요. 라는 말은 듣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2년이란 특히 취학전 2년은

보석같은 시간.

그 보석같은 2년을 함께 지내도록 믿고 맡겨주셔서

그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볼수 있도록 믿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야 할건 오히려 나니까.

그런데 올해역시 이런일이 생기니까

참 버티기가 힘들다.

작년에 같은 일이 있었을때는

원래 이런일이 있기도 한거라고

니가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고 다독였었다.

그런데 올해는 참..

내가 보낸 2년이 몽땅,

아니 내가 보육교사 로서 보낸 6년의 시간이 모두

모래처럼 바람한번 불면 날아갈 허무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눈앞이 깜깜하다.


그래서 올해 그만둬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씀드렸다.

올해 내가 다닌다면 맡게될 아이는 15명.

어머님들 모두 나를 몇년동안 지켜봐왔고

내가 그 아이들의 담임이 될것이라고 알고 있고,

일부러 다른곳에 옮기지 않고 1년더 보내는

어머님들도 계신다.

너를 믿고 선택한 어머님들이 있잖아 말에

더이상 책임을 느끼지 않는것은

내가 정말 희망을 잃었기 때문이겠지.

왜냐하면 그말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무수히

들어왔으니까.

선생님 잘 부탁드려요.

제가 만나본 선생님중에 가장 좋으세요.

선생님 덕분이에요.

그래도 내년 1월엔 저 어머님들중 

1~2명은 또 같은 일을 내게 할것이다.

나는 또 인생에 대한 공허함을 느껴야 하고

죄책감을 가져야 하고

내 보육교사로서의 시간을 부정당해야 할꺼다.

변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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